13기 주민자치인문대학
<마을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6월 10일(수)-7월 8일(수), 5강에 걸쳐 13기 주민자치인문대학 <마을의 무기가 되는 쓸모있는 경제학>을 진행한다. 이완배(민중의 소리 기자)강사와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만나는 협동의 경제, 사람의 존엄과 가치에 관해 학습한다. 25명 비대면 강의로 진행하며 강사의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을 교재로 활용한다.
누가 우리는 수조 안에 가두었는가.
여담으로 강의를 시작하자. 1997년 11월 3일, IMF가 터지기 보름 전 극적으로 동아일보에서 10년 기자생활을 했다. 사회부 5년은 사회부경찰기자로 일했다. 그 기자들은 사고방식이 우리와 굉장히 다르다. 우리보다 더 10배 이상 폭력적인 언어를 구사했었다. 그 당시 자살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경제난을 비관한 죽음이었다. 그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려고 선배들에게 보고하면 늘 기사와 상관없는 노끈 색깔, 길이 등을 물어보았고 즉시 대답을 못하면 욕을 해대기 일쑤였다.
2년이 지나 막내 딱지를 떼고 후배를 맞이하는 것은 기뻤으나 나 역시 욕을 해대던 선배와 같은 교관이 되어야 했다. 하루는 선배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욕을 해야하죠? 좋게 말을 할 수도 있는데 왜 겁을 주면서 가르쳐야 합니까?” 선배는 “조직은 긴장감이 생명이다. 너네가 미워서가 아니고 적절한 공포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메기효과라는 경제학 이론이 있다. 북유럽 지역의 바다가 굉장히 차가운데 청어, 정어리들이 많이 잡힌다. 특히 살아있는 상태에서 요리하면 고급요리가 된다고 한다. 등 푸른 생선의 특징이 환경변화에 예민해 빨리 죽는다. 수조안에 두고 3시간을 달리면 다 죽어있는 것. 살아있는 상태로 운반을 하면 수익을 올릴 수가 있는데 덴마크에 사는 어부가 그 해법을 찾았다고 한다.
바로 수조 안에 메기를 한 마리 집어넣는 것. 원래는 상어를 넣었다는 설이 유력한데 이 이론의 요지는 적은 생태계 안에 천적을 집어넣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주는 것이다. 3시간을 지나도 다 살아있더라고 한다. 이 이론이 현대 자본주의의 모든 인사관리 이론의 근간이 된다. 조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주면 노력한다. 남들보다 더 빨리 헤엄치게 되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고 그 결과 성과가 좋아진다는 것. 이게 일리 있을까?
실제로 상어를 넣으면 공포에 질려 몸이 얼어 곧바로 죽는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이론을 판단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이 수조 안에 가두었는가? 우리는 언제 이런 세상에서 살아도 된다고 동의한 적이 있는가?
인간성의 박탈_인간이 자원으로 거래된다면
동아일보 이후에 네이버에서 팀장으로 일을 했다. 업무 중 가장 하기 싫은 일이 주간 보고였다. 10명 팀원이 몇 시간을 일했는지 일일이 보고해야하고 4천명의 직원의 데이터가 본사로 올라갔다. 몇 개월 뒤 책상에 파일이 하나 놓이는데 투입된 월급과 매출, 영업이익, 일하는 시간, 순위, 승진과 성과급 여부를 숫자가 표기되어 있다. 자본이 인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2001년 교육부의 명칭을 교육인적자원부로, 회사에서는 인적자원개발부로 바뀌었다. 사람을 ‘자원’으로 보는 것이다. 인간을 복잡계라고 한다. 한 인간의 총체성을 판단하려면 5만개의 요소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공교육은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인간을 수학, 영어를 가지고 등급을 매긴다.
휴대폰은 작동이 안 되면 불량품으로 구분된다. 교체하거나 폐기한다. 사람 또한 노동시장에서 자본가들의 기준에 의해 경쟁에서 밀리면 불량품 취급을 받는다. 뉴스를 보면 법인, 기업을 살리자고 떠드는데 사람을 살리자는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간성을 박탈시켜놓고 보면 가능한 일이다.
빈곤의 내재화_프란츠 파농의 폭력론
아프리카 알제리가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땅의 국민들이 가장 잔인한 폭력성을 드러냈다. 예를 들면 20시간 가까이 일하고 온 노동자가 천막으로 돌아와 몸을 뉘었는데 옆 천막에서 애기가 시끄럽게 울면 쫓아가서 때려죽이는 일등이 발생했다. 남자들이 길을 가다 눈치는 안 본다. 여성이 보이면 강간하고 살인한다. 그 당시 아프리카 대륙이 다 유럽의 식민지였는데 유독 알제리 국민이 폭력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 국적의 남미출신 흑인의사, 알제리 해방 투쟁운동을 한 정신과 의사 파농은 자신이 진료한 수백 명의 알제리 국민들의 정신을 분석해 만든 이론이 있다. 유명한 폭력론이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폭력시스템이 존재한다. 하나는 힘 센 자가 힘 약한 자를 폭력하는 것이다.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지배 국가가 피지배국가를 때리는 수직폭력이다. 다른 한 가지는 인간에게는 묘하게 수평폭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폭력을 당하면 풀어야하는데 나보다 약한 자를 찾아서 두들겨 패는 심리다.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이 가장 악랄하게 우리에게 수직폭력을 가했기 때문에 이를 풀기 위해 국민들 간의 수평폭력이 존재한다.”
나는 가끔 청년들을 만나면 우리 나라 청년들과 이야기하면 특히 남성들이 분통을 터트린다. 군가산점 관련해 분통을 터트린다. 애먼 약자를 두들겨 패는 것이 대안이 아니다. 지금 누군가 싸워야 한다면 우리를 착취한 사람, 구조와 싸워야 한다. 우리는 연대해야한다. 여성들이 착취해서 당신의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착취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
1987년부터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8%가 넘었다. 우리나라가 너무 잘 살았다. 당시 일자리가 없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덧붙여 당시 남자였던 내 친구들이 왜 여자들은 군대를 안가냐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여성 군복무, 군 가산점 이야기는 언제부터 나왔을까? IMF 이후부터였다.
필리핀 노동자들이 우리들의 일자리를 뺐을까? 3D 업종 하기 싫어서 부른건데 그들이 우리들의 일자리를 뺏었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보다 약한 그들을 두들겨패는 방식으로 푸는 건 해법이 아니다.
2016년 미국 대선을 보면 이게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미국역사상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이 후보가 됐다. 한 명은 버니센더스라는 자칭 사회주의자였고 다른 한명은 트럼프다. 버니는 한 달 만에 힐러리를 따라잡을 정도였다. 신자유주의 30여 년간 미국 국민들의 경제상황이 바닥을 찍은 것이다. 압도적인 수직폭력에 거덜이 났는데 버니센더스가 미국정치인들이 한 번도 해주지 않은 진실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월가가 우리를 착취하고 수직 폭력때문이라고.
또 한명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주류가 아닌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 이 사람은 36년간 착취당했던 미국인들의 수평폭력 심리를 자극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우리가 못하는 이유는 멕시코 사람들이 담벼락을 넘어왔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한미FTA로 미국을 착취한다고 말한다. 이런 심리를 절묘하게 이용해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가난하게 만들어 우리를 사회 안에서 묶일 수 없게 만든다. 인간을 자원화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바쁘게 삽시다?_착한 사마리아인 실험
우리는 언제 돌보고 연대할 수 있을까? 여유가 있을 때이다. 바쁘면 돕기 힘들다. 우리가 끊임없이 삶에 지치고 통제되고 야근, 감시당하면 공동체성이 파괴된다. 사람은 여유가 있으면 주변 이웃들의 삶을 돌아본다.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이 있다. A 그룹에는 곤경을 처한 사람을 구해준 착한 사마리아와 관련된 설교를 준비하고 다른 B 그룹은 재미없는 설교를 준비한 다음 다른 장소에서 모이기로 했다. 다만 A그룹에게는 도착시간을 좀 바투게 알려주고 급하게 오라고 말했다.
두 그룹이 약속장소로 이동하던 와중 피를 흘린(연기자)를 발견했을 때 어느 그룹이 제 3자를 잘 도와줄까? 우리의 예상대로라면 사마리아 내용을 깊이 숙지하고 설교를 준비했던 A그룹일 것 같지만 반대로 B그룹의 사람들이 피 흘리는 사람을 도왔다. 그 이유는 바로 내용과 상관없이 B그룹이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이기적일까?
애덤스미스가 경제학을 만든 이래 주류경제학은 인간의 본심을 이기심으로 규정했다. 모두가 이기적으로 살면 세상이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다 라는 뜻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지독히도 계산적이어서 모든 것을 숫자로 환산한다. 그리고 하나라도 이로운 것으로 선택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자본주의 경제학에 던져야 할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인간은 이기적일까? 과연 인간은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2강에서 협동과 행복에 관한 다양한 경제학실험과 내용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