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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 : 문화는 마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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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 : 마을에서 노닐다 : 이광준 소장

<문화는 마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중심 가치가 경제적 가치에서 문화적 가치로 옮겨 가게 되면

지역 안에서 삶의 결정구조를 만들 때 사회적 지위가 아닌 문화적 기여도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뭐 하는 사람인가’가 아닌 ‘마을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인 룰에 따라 자치활동이 정해지는 마을문화계획이 중요하다.”


문화란 어떤 의미일까?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활동 세 가지를 ‘노동’, ‘제작’, ‘행위’라고 불렀다. 인생 전체를 100으로 볼 때 아마 한국 사람들이 노동에 쓰는 시간은 (조금 과장해서) 90 이상일 것이다. 제작과 행위는 과연 무엇이기에 이 둘이 왜 노동만큼 중요한가?

   독일의 <발도르프 교육>은 제작행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 사람은 삶에 대한 ‘구체적인 감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제작행위를 잘 안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붕 떠있다. 삶과 관계되어 있는 구체적인 부분이 약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쉽게 제작행위라는 것을 빼놓고 문화를 이야기하곤 한다. 제작이 빠진 문화는 소비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수다를 떨거나 지역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행위에 포함된다.

   노동을 줄이고, 제작과 행위를 높이는 것이 문화라고 보면 된다. ‘문화예술’이라는 말을 자주 쓰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지만, 예술이 꼭 문화인건 아니다. 문화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보편적인 활동 영역이고, 예술은 특수 영역으로 봐야 한다.


마을의 문화는 사람들의 관계와 의사표현을 바꾼다

   “우리 마을이 재미있어진다”고 느끼는 순간은 바로 제작과 행위가 드러날 때이다. 쉽게 말해 ‘유희’와 ‘놀이’가 많이 증가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때는 언제일까? 먹을 때를 생각해 보라. 잔치를 열면 고기를 많이 먹는다. 고기를 먹다 보면 술도 마시게 된다. 술을 마시면 평소에 하지 못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런 ‘즐거움’의 순간이 마을 사람들의 관계와 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술을 마신 다음에는 노래방에 간다. 그리곤 꼭 싸운다. 일상에서의 감정 교류가 없다가 갑자기 내 마음을 격하게 알아달라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갈등이 많은 마을일수록 어른들의 놀이문화가 단순할 확률이 크다. 그래서 놀이가 중요하다. 좋다/나쁘다를 떠나서, 재밌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노래방은 돈이 떨어지면 끝난다. 마을문화는 어떻게 하면 돈을 안들이면서도 다양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을 고민해야 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놀이 방식을 적용한 제작 문화, 생활 생산/창작 행위는 문화적이면서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이다.

뜨개질만 가지고 주민들이 공간을 변화시킨 사례가 있다. 겨울에 길을 지나가는데 거리의 모든 가로수가 뜨개질한 옷을 입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겉으로는 경관만 변했지만, 의사표현 방식이 변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일상에서 문화를 창조하자

   마을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자. 문화를 높은 곳에 있는 것으로 보지 않으면 일상에서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 의식주를 활용한 활동들로 출발하면 쉽다. 인간은 하루에 1~3번 혼자,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지인과 식사를 한다. 그렇다면 여러 사람이 각자 할 수 있는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서 마을의 밥상을 준비해 보자. 과거에는 마을 한 귀퉁이에 있던 가마솥이 키친룸 역할을 했다. 요즘은 없어졌지만, 동네 단위에서 한 식당/집 또는 공동공간을 거점 삼으면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

   TV가 매체인 것처럼, 공동의 문화적인 매개체가 중요하다. 관계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공간적인 배경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십시일반을 통해 공간을 마련해볼 수도 있다.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고, 만든 후의 기쁨의 경험이 없으니 출자를 힘들어한다. 자신에게 쓰는 10만원과 공적으로 쓰는 10만원을 다르게 생각한다. 하지만 100명이 10만원씩 내서 만든 동네 부엌을 상상해보자. 그것만으로도 풍성해진다.


경험으로서의 문화예술 : 일상에서의 문화활동이 중요하다.

   마을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공감이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데 문화기획이란 이름으로 형식화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마을축제가 있다. 브라질에서는 평소에 축구를 많이 한다. 그런 일상의 문화가 모이면 정말 축제가 된다. 축제란 일상적 활동이 축적되어 펑! 하고 터지는 것이다. 아무리 재밌고 좋은 기획이더라도, 일상이 촘촘히 모여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아니면 어떤 기획자인들 그 축제를 성공시킬 수 없다.

   박물관/미술관/공연장에서 만나는 것 아닌 ‘경험으로서의 문화예술’ 즉 일상에서의 문화활동이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리 동네는 가난해서 힘들다”, “콘텐츠가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전 지구상에 힘들지 않은 마을은 없다. 그리고 마을마다 가진 게 꼭 있다. 가지고 있는 것부터 출발하면 된다. 외부에서 좋은 내용을 들여오려 하면 삐걱거리게 된다.



문화자치를 통한 주민자치

   일상의 문화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소비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유희와 놀이가 많이 생기면 <돈과 경쟁이 끼어 있는 놀이>가 아닌 <창조적 즐거움>을 누리려 할 것이고, 우리의 가치관도 <경제적 가치>에서 <문화적 가치>로 옮겨가게 된다.

   문화적 가치가 정착되게 되면 결국 지역 안에서 어떤 삶의 결정구조를 만들 때 사회적 지위가 아닌 문화적 기여도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뭐 하는 사람인가’가 아닌 ‘마을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인 룰에 따라 자치활동이 정해지는 마을문화계획이 중요하다. ‘문화자치를 통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글, 사진 : 이광민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사업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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