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민수의 발품] 마을이 다시, 보인다! 인천마을공동체 오픈 컨퍼런스
‘인천마을공동체만들기’가 달려온 3년,
함께 해온 활동가들이 모여서 되돌아보고 논하다.
10월 30일, 인천시청에서 인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가 주관하여, 100인 타운홀 미팅으로 ‘2015 인천마을공동체 오픈 컨퍼런스’가 열렸다. 3년 동안 달려왔던 인천센터의 활동을 정리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인천마을활동을 한자리에서 모아 토론해나가는 공론장의 시작점으로 기획되었다.
1부는 이혜경 센터장(인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의 기조발제와 인천 마을 활동가들의 주제발표로 구성되었다. 인천 마을공동체 만들기 3년의 성장과 향후 과제라는 대주제로, 인천마을공동체 만들기 정책 현황과 역사, 그 비전과 전략들을 나누고, 그에 따른 사업 내용까지 분석했다. 이를 위해 인천마을지원센터는 어떻게 실천해왔고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를 함께 나누었다. 특색인 점은, 인문자치대학으로 마을 인문학이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천센터의 예산 현황이 눈물 났다(…)
최혜랑 마을 리더(해맑은공동육아)는 마을학교 사례를 상세하게 발표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어린이집이 마을사업을 통해 계산동이라는 마을을 만나 어린이 역사 탐사대 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을학교 활동에 대한 의견들과 과제들을 들을 수 있었다.
권순정 대표(마을n사람)은 마을활동가로의 성장을 주제로 사례 발표했다. 청소년들이 어른들과 함께 공동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청소년 공간을 조성하고, 토요일마다 카페를 운영하며 마을 활동가로 성장하고 있었다.
고영준 마을 활동가(인천주민참여예산강사회)는 주민참여예산을 활용한 마을만들기를 제목으로 마을만들기와 참여예산 활용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주민참여예산의 의의와 필요성을 역설하고, 그 사례를 직접 보여주며, 참여를 독려했다.
마지막으로 이충현 부대표(동네야놀자)는 인천마을 운동의 역사를 사례를 통해 보여줬다. 89년 ‘인천지역주민회’에서, 91년 ‘책사랑’, 95년 ‘터사랑’을 거쳐, 01년 마을축제 ‘동네야놀자’, 그리고 제1회 청천산곡마을단오제 개최, 올해 제14회를 맞이하는 축제를 돌아보며, 그간 마을이 어떻게 변해왔고, 어떻게 마을 활동을 해야 하는지 소감 등을 발표했다.
2부에서는 각 테이블로 소규모 토론이 진행됐다. 8개 세션으로 마을과 학교, 주민참여예산, 마을주민간의 갈등, 마을과 행정 간의 소통, 주민 참여, 중간지원조직 등, 다채로운 주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필자는 중간지원조직에게 바란다라는 주제로 논의가 진행되는 토론에 참여했다.
청년 마을 활동가,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사,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카페를 운영하는 청년, 주민 마을 리더, 마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던 경기연구원 실무자, 막 마을기업을 시작하신 주민, 마을에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나름대로의 공공교육문제에 대한 실천을 하시려는 주민, 지역 기자까지 다양한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민이라는 정체성?
주민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이 자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결코 수동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요구사항들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왠걸 주민들은 중간지원조직을 걱정해주거나,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첨언을 아끼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중간지원조직은 마을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에 둔감하다라는 뼈아픈 비판도 했다.
또한 중간지원조직에서 몸담았던 마을활동가 한 분이 중간지원조직 제도의 기원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다. 중간지원조직 제도는 일본과 영국에서 선도적으로 실행됐다. 관동대지진 등,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역의 시민단체나 자선단체들의 역량을 적시적소에 분배하기 위해서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주민 교육 기능이 강조된 모델이 정착하게 되고, 이를 타 지역 중간지원조직이 벤치마킹 하며 제도화됐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중간지원조직은 사업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내 주민 조직 간에 네트워크를 해주는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굉장히 깊은 감명을 받았다. 중간지원조직의 존재는, 주민사업과 심사라는 과정을 통해서 주민이라는 개념을 부상시켰다. 하지만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주민을 바라보는 것은, 그 다양성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나는 마을 사람들을 주민이라는 블랙홀 같은 개념으로 획일화시켜 바라보고 있지 않았던가 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곳에서 본 인천 사람들은 주민이기 전에 공동체와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주체들이었다. 그리고 그 분들이 만나고, 모였을 때 비로소 주민이라고 불리던 것이다. 중간지원조직의 시선은 그곳에 위치해야 한다.
주민이라는 개념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돈다고 믿는 세상에서 그 반대를 외쳤다. 같은 현상이었지만, 보는 방식을 180° 바꿔서 이후 과학적 세계관 전체를 뒤바꿨다. 이제부터는 ‘나는 주민이다’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너를 보니, 나도 주민이구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인천마을공동체적 전회’라고 말하면 될까?
마지막으로, 이충현 부대표(동네야놀자)의 발제문의 일부를 인용하며 마치고자 한다.
「활동가로서의 경계의 마음을 갖습니다. ‘나도 주민이다? 아니다! 내가 주민인가 아닌가는 주민이 결정한다. 주민이 나를 활동가로, 팀장으로, 대표로 부르면 이미 나는 주민이 아니다. 주민에게 나는 특별한 역할을 맡은 사람, 활동가인 것이다. 또 주민이 주인인 마을공동체는 주민의 바람과 두려움을 알고 주민의 생각으로 활동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민을 만나야 한다. 주민 만나기를 하지 않으면 ‘나도 주민이야’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때부터 내 생각, 내 경험, 나와 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일을 하게 된다. 활동가의 활동이 시작된다‘ 이 마음을 경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