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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마을 리포터> 우리 동네 문화사랑방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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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 마을리포터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詩가 있는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오래된 책 냄새로 가득한 서점에 마련된 아늑한 공간인데요, 넓지 않은 곳이라 오히려 편안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공연장인 <아벨서점>은 인천 동구 배다리에 위치한 문화 공간 중 하나로 지역에 각종 문화 행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가 보니 2층 공간이 꽤 넓습니다. 가지런히 마련된 보면대와 똑같지 않아 아기자기한 의자들도 함께 놓여 있습니다. 시간이 되자 속속들이 입장하는 관객들의 모습마저 모두 제각각입니다. 초로에 접어든 50대 부부부터 호기심에 들어온 듯한 풋풋한 20대 청년들, 엄마 손잡고 입장한 가장 나이 적은 9살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오늘 행사를 기획한 <가재울 문화 예술 사랑방> 공동체는 마을 주민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인 사랑방을 모티브로 문화, 예술을 좋아하는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마을 활동으로 성장하고 싶은 공동체입니다.

공동체 대표 구인숙 님은 주민들이 함께 모여 비빔밥도 해 먹고 악기도 배우고 같이 영화도 볼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 문화의 실천으로 사람 사이에 더 나은 가치와 보람, 지혜를 나눌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008년에 문화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콘체르트 아트하우스>를 만들었어요.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 예술이 가까워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 문화 예술이 소외된 지역에서 주민들이 명작 영화도 같이 보고요. 예술 관련 강의도 듣고 수준 높은 연주회도 함께 듣고 있어요”

그래서 주민들이 함께하는 음악 감상 및 하우스 콘서트(24년 11월 현재 119회)와 영화 및 다큐멘터리 감상회(월 2~4회)를 꾸준히 운영 중이고, 그 외에 인문학 클래식 음악 감상회 등 비정기 활동도 다수 진행 중입니다.

이번 행사에 연주를 맡은 플레인 앙상블(PLA-IN ENSEMBLE)은 ‘평범한 사람들과의 어울림’,‘순수함’이라는 뜻과 함께 인천 출신 연주자(Player+Incheon)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 단체입니다. <가재울 문화 예술 사랑방>엔 다양한 소모임들이 있는데요, 이 중에 전문 공연을 하는 팀입니다. 올해 참여한 <2024 배다리 공공예술 프로젝트>에서는 <배다리 음악 길 산책>이라는 주제로 삶과 예술을 품은 여정 등 월별로 다양한 주제의 음악 콘서트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5월 <꽃길 콘서트>- 또다시 5월, 왈츠와 함께하는 클래식 음악

6월 <피크닉 콘서트>-당신의 인생을 반올림해 줄 음악 콘서트

7월 <한여름의 가곡과 아리아>-아름다운 가곡과 함께하는 한여름의 클래식

8월 – 천 여장의 LP와 함께하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한 음악

10월 <시네마 콘서트>-명화 영상과 함께 감상하는 음악 콘서트

10월 <아트 콘서트>- 음악과 미술작품의 만남

11월 <시가 있는 콘서트>-시인과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

12월 <송년 음악회>-연말의 마무리를 클래식 음악과 함께!

12월에 진행하는 송년 음악회는 크리스마스 음악도 함께한다니 더욱 기대가 큽니다.

오늘 연주의 첫 시작은 <Tambourin>이라는 곡으로 작곡가는 F.J. Gosse입니다. ‘탬버린’이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의 오프닝에 주로 쓰이는 곡입니다.

밝고 유쾌한 멜로디로 특히 플롯의 경쾌한 연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가 있는 콘서트인데 시인을 빼놓을 수 없겠죠? 인천 동구에서 5대째 거주하고 있다는 인천 토박이 김연숙 시인인데요, 공연곡에 맞춰 시인이 자작 시를 낭송하면서 시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낭송한 시는 <아뜨렛길>과 <배다리 쇠뿔고개 꺼지지 않는 불꽃> 두 편입니다. 이탈리아 작곡가인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오페라에 삽입된 <Intermezzo>가 연주되는 동안 곱고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 내린 <아뜨렛길>은 불어로 ‘예술’이라는 뜻의 ‘아뜨레’에서 왔답니다.

송림 오거리 도로 공사 때 갑자기 튀어나온 커다란 바위로 진척에 어려움을 겪던 중에 아예 이 바위를 문화공간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서 만들어진 공간이 송림동 지하도 아뜨렛길이구요, 그 벽에 새겨진 시입니다.

“동구의 역사를 품고/청아한 울림으로 태어난/아뜨렛길 오아시스에/너와 나의 열정이/살아 숨 쉬고 있다” 시의 마지막 구절인데 참 멋지게 들렸습니다.

두 번째로 낭송된 시는 <배다리 쇠뿔고개 꺼지지 않는 불꽃>입니다.

낭송되는 동안 연주된 곡은 ‘박세리 노래’로 알려진 김민기 님의 <상록수>. “김민기 시인이 노동운동했던 곳이 인천입니다. 그리고 120년 된 인천문화재인 창영 초등학교는 인천 3.1 운동의 시발점이고요. 그러고 보면 인천도 노동운동, 항일운동의 메카라고 볼 수 있죠.” 해설 및 진행을 맡은 고춘 님의 설명을 듣고 시의 이 구절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인천 최초 만세 소리 울려 퍼졌던/역사적인 백 년을 맞이한 오늘/동구 배다리 쇠뿔 고갯길에 섰다.”

이어서 연주된 <Autumn Leaves>는 프랑스의 국민 샹송 가수인 에디뜨 피아프가 불러서 더 유명해진 노래로 원제는 ‘죽은 잎’이었는데 미국에 알려지면서 ‘가을 잎(고엽)’으로 바뀌어 널리 사랑받은 곡입니다.

저는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가 첼로라고 생각하는데요 메인 멜로디로 들린 깊고 풍성한 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습니다.

연주 후 참석자들이 제출한 설문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곡은?’이란 질문이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손꼽은 노래가 있는데 바로 정지용 시인의 <향수>입니다.

멜로디가 익숙해서 허밍으로도 따라 부를 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명곡인데요, 시에서 나온 ‘꿈엔들’이란 단어는 시인의 고향인 충청북도 옥천에서 농산물 브랜드명으로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모두의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아름다운 구절이 가득하네요.

소프라노 독창곡도 있습니다. 서울예고 출신으로 독일 유학을 다녀온 백수아 님의 노래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Morgen>, ‘내일’이라는 뜻의 독일 가곡입니다. 밝고 희망찬 가사가 힘 있는 목소리와 잘 어울렸습니다.

이어서 고정희 시인의 <베틀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보통은 베틀을 짜면서 부르는 노동요가 익숙한데 이 노래는 애틋한 사랑 노래입니다.

“내 땀의 한 방울도 날줄에 스며/ 그대 영혼 감싸기에 따뜻하거라” 연인의 앞길을 빌어주는 고운 가사에 마음이 포근해지고 고음까지 이어지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아름다운 곡조에 실린 처연한 시인의 고백이 가을밤을 촉촉이 적셔주었네요. 공연장 앞을 장식한 커다란 플랜카드에 적힌 시인의 시도 감동이었습니다.

마지막 공연곡은 푸시킨의<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입니다.

러시아의 국민 문학가 푸시킨의 유명한 시로 ‘힘든 날들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꼭 올 거야’라는 구절이 반복됩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누구나 한 번쯤은 되뇌어보지 않았을까요?

공연이 끝나고 힘찬 박수소리와 함께 감사한 앙코르 곡도 있었습니다.

김소월 시인의 시에 김광수 작곡, <엄마야 누나야>는 멋진 공연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바이올린, 플롯, 피아노, 비올라, 첼로 등으로 풍성한 멜로디를 만든 명품 연주자가 있었다면 유머러스한 진행과 전문가 다운 곡 해석, 작곡가와 노래에 얽힌 이야기까지 연주 시간 내내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는 명품 진행을 보여준 고춘 님도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곡에 대한 퀴즈를 내고 맞춘 사람에게는 아벨서점 1만 원 이용권과 센스 있는 빼빼로 선물도 증정하고요, 특히 입장한 관객 중 가장 나이 어린 사람인 초등학생의 등장에 모두가 즐거웠습니다.

가을이 되면 누구나 책 한 권, 음악 한 곡은 읽고 듣고 싶어 합니다. 가까운 우리 동네에서 열리는 ‘열린 음악회’,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사랑방’에 함께 해 보세요. 어렵고 격식 차리는 공연장이 아니라 슬리퍼를 신고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랑방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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