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03/0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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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국어 교실. 지금 여기에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인천마을 리포터>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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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아 | 마을리포터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는 지금은 매일 기후 위기이다.

에어컨을 껐다 켰다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시원하면 마음이 불편하고 더우면 몸이 불편한 시절에 살고 있다.

이 더위에 등하교를 하지 않아도 되니 학생들은 다행이다 싶은데 아이들과 온종일 세 끼 식사를 챙겨야 하는 부모님들은 힘들진 않으실까? 방학이 마냥 반갑지만 않은 아이들은 없을까라는 물음표에서 여름방학 방과 후 교실이 시작되었다.

인천마을인학교교육공동체사회적협동조합, 짱뚱이마을도서관 그리고 마을교사, 마을활동가가 만나서 “다들 괜찮은가?”, “진짜 덥다.” 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뚝딱뚝딱 안내문을 만들어 주위에 알리기 시작했는데 금세 인원이 마감되었다. 신청한 아이들 중에는 해외에서 온 아이들도 많았는데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한국어가 많이 어려운 초등학생들도 몇 있었다. “그래, 그럼… 한국어 교실 해보자.”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어 교실이 시작되었다.

한국어 교실 첫째 날, 11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가 오지 않았다. 아빠가 이야기했나? ◯◯◯가 알아들었나? 시계는 볼 줄 아나? 자고 있나? 선생님들의 걱정 담긴 말이 오고 간다.

“◯◯◯ 집에 가보는 게 낫겠어요.”

프로그램은 이미 시작했는데 선생님 둘이 ◯◯◯를 찾으러 나갔다. 한참 뒤에 더위에 얼굴이 빨개진 ◯◯◯와 땀범벅의 두 선생님이 돌아왔다. 집에 없어서 집 근처 공원, 공원 가는 골목들, 빌라 사이사이를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찾았다고 한다.

첫째 날 수업이 끝났는데 이번에는 다른 아이가 집을 안 가려고 한다. 무어라 사정을 얘기하는데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중엔 없다. 천천히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아이들이 많이 답답해한다. 다음 날은 또 다른 아이가 속상해하며 이야기한다. 한참을 귀 기울인 끝에 겨우 눈치로 알아듣고 책상 밑 굴러간 연필을 찾아주었다.

한국어 교실에 온 아이들은 북아프리카에서 온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많고 초등학교 저학년이라서 아랍어를 말할 수는 있지만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아랍어도 한국어도 안 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읽기가 안되니 든든하리라 믿었던 AI 번역 앱으로도 아이들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한국어와 번역 앱에서 찾는 아랍어를 어설프게 읽어가며 매일 그림 그리기, 그림책 읽기, 노래 부르기, 간식 만들기로 한국어 교실을 만들어 갔다. 처음 만난 날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던 아이들도 차츰 선생님과도 아이들끼리도 친해졌다.

한국어 교실이 시작했는데 그날도 ◯◯◯가 안 온다.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갔나. 잊었나. 찾으러 가야 하나 망설이는 사이 ◯◯◯가 왔다. “◯◯◯, 무슨 일 있었어? 오늘 많이 늦었어. 아팠어? 아침은 먹었어?” 모르는 한국말로 연이어 질문을 해대니 ◯◯◯가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준다. 초승달, 별, 그 아래 직사각형(이불 또는 침대) 그 위에 사람,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사람, 서 있는 사람 옆에 정사각형(TV 또는 유튜브), 숫자 1 ◯◯◯의 그림과 서로의 손짓, 발짓을 섞어 이해한 내용은 ‘밤에. 아빠 자요. ◯◯◯는 TV 봐요. 1시까지. 아침에 기지개를 켜고 아 잘 잤다. 시계 보고 꺄아악, 뛰어왔어요.’ ◯◯◯랑 얘기하며 한참 웃었다. 언어를 몰라도 들어줄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소통할 수 있구나.

한국어 교실을 하는 동안 매일 수업 시작 전과 후로 한 시간씩 회의했다. 아이 한 명마다 선생님 한 명씩 일대일로 짝을 만들어 서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먹는 것도 챙겼다, 종교 때문에 먹을 수 없는 재료는 빼야 하는데 아이마다 먹으면 안 되는 것이 조금씩 달라서 신경 써서 준비했다. 그러나 신경을 얼마나 많이 쓰든 말든 아이들은 잘 안 먹었다. 낯선 한국 음식을 먹는 대신 그 시간에 아이들끼리 뛰어놀고 싶어 했다. 한국어 교실이 다 끝나갈 무렵에야 아이들이 먹어도 되고 준비도 쉬운 한국 음식들을 찾았다.

한국어 교실을 하는 2주의 시간이 날아가듯 빠르게 지나갔다. 방과 후 교실도 더위에 지지 않는 아이들과 열기로 꽉 찬 일과를 만들었다.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어려움과 고민이 많은 시간이었지만 모든 아이를 돌보고 함께 밥 먹는 것 지금, 여기에 꼭 필요한 일이었다. 이 짧은 방과 후 학교를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마을에서 ‘서로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아이들로 시작했지만 나아가 돌봄이 필요한 다양한 마을 사람들로 확장해야겠다는 새로운 미션을 상상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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