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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의 향기를 찾아서<인천마을 리포터>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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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 마을리포터

장마와 더위에 지친 요즘, 지친 일상에 힐링이 될 수 있는 문화행사가 있습니다. ‘문화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인천 서구, 구도심의 한가운데에 있는 복합문화 예술공간 ‘그로잉라운지’카페에서 연꽃 향기에 취해보았습니다.

한낮의 열기로 최고기온이 섭씨 34도였던 7월 27일 토요일 오후. 인천 서구 석남동에선 연꽃의 향기에 흠뻑 젖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문화 회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행사엔 지역주민들 이십여 명이 모여 은은한 연꽃 향기와 함께했습니다.

한가운데 핀 아름다운 연꽃을 두고 차 마시기 시작으로 한과를 곁들인 고품격 찻상이 펼쳐졌는데요, 방학을 맞아 아이와 함께한 주민도 있었습니다.

<그로잉 라운지 카페>는 서양화 전공자이자 20년 경력의 미술 심리치료사인 사장님이 직접 꾸민 곳이랍니다. 2층과 3층, 4개 섹션으로 나누어진 200평 공간이 정말 멋졌습니다. 이날 처음 방문했는데 차를 마실 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간단한 업무를 볼 수도 있는 공간들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중 2층 왼쪽 공간은 노트북 작업이나 스터디를 할 수도 있는 넓은 테이블과 독립된 3개의 공간이 있어서 그림 전시나 대관도 가능하답니다. 바로 이곳에서 문화체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연꽃 냉차> 체험을 진행한 분은 인천 무형문화재 11호 규방 다례 전수자인 ‘조명순’ 대표님이었습니다. 고운 염색 한복이 잘 어울리는 대표님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차례에 걸쳐 체험 시간이 있었는데 20여 명의 지역주민이 함께했습니다. 차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꽃향기를 우려내는 방법은 냉동된 연꽃을 먼저 이렇게 넣고 녹인 다음에 저절로 녹아요. 녹인 다음에 뜨거운 물을 부어줍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연향, 꽃이 이렇게 피어 있을 때 그 향이 다 밴 다음에 그다음에 찬물을 부어요. 원래 차는 찬 성질이 있어서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지만, 여름엔 차게 해서 마시는 게 제맛이죠”

연꽃 향 가득한 차를 마시고 나면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연잎 차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통 차를 담는 용기를 주전자라고 하는데요, 사실 주전자는 일본어라고 합니다.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뜨거운 물을 담은 용기는 ‘탕관’이라고 하는 데 이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드물다고 하네요.

“차를 마실 땐 처음엔 쓴맛, 다음엔 떫은맛, 마지막으로 단맛이 느껴지는데요, 구수하고 감칠맛이 나는 건 찻잎에 아미노산 성분이 있어서 그래요. 쓴맛은 카페인, 그리고 떫은맛은 카테킨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요. 이 맛이 사람 몸엔 가장 유익한 맛입니다.”

차를 마시는 예절, ‘다례’라는 말은 유교 사상이 짙었던 조선 시대에 고정된 말이고 정작 대표님은 ‘다도’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하시네요. 예를 갖추어 상대방을 배려하는 미학이 있는 다례도 좋지만, 예를 넘어 풍류를 느낄 수 있는 ‘풍류도’로서의 다도를 지향하신답니다.

1시간 체험의 마지막은 올바르게 차를 건네고 마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차를 건네받을 땐 받침을 왼손으로 받치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찻잔을 잡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3번에 나누어 마시는 것! 절대 한 번에 들이키지 않는답니다. 자세도 중요합니다. 허리와 목을 꼿꼿이 세우고 숙이지 않습니다.

예를 중시했던 사대부에서 차를 주고받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예법이라고 합니다.

“요즘 사람들,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많고 할 일도 많고. 바쁘고 정신없이 살잖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근데 오늘은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음의 평화? 이런 거요.”

가정동에서 온 김수경 님은 체험 시간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말해 주시더라고요.

저도 옛날 양반집 참한 규수처럼 음전하게 차를 마시고 나니 내 안에 찾아오는 잔잔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차 한 잔~ 저절로 힐링이 되겠지요?

<전통 문양 책갈피 만들기>도 있었습니다. 각자 원하는 문구를 적고 왠지 다 그리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은 ‘젠탱글’로 장식하면 끝! 아이와 함께 온 분들이 특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천연 염색처럼 색색으로 칠한 나만의 책갈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로잉 라운지 카페>와 함께 행사를 준비한 마을공동체 <논밭이음> 대표 배현옥 님은 더운 날씨에 얼음을 나르느라 여기저기 바쁘셨는데요, 어떻게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인천 서구엔 젊은 사람들도 많아요. 문화적인 욕구는 높지만, 실제 문화기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죠. 연령, 성별, 직업 등에 제한 없이 전 계층을 아우르는 포괄적 문화 사업이 필요해요.

또 오래된 동네인 석남동, 가정동, 가좌동에는 동네 고유의 전통문화자원이 있는데 이걸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필요도 있고요. 이번 행사를 통해 서구의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주민 전체가 문화를 누릴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와~ 진짜 멋지지 않나요?

2024년 문화충전소 조성 지원 사업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4회차로 진행됩니다. 8월엔 <명장과 함께하는 마음 여행>으로 나전칠기 체험, 전통음악 연주회가, 9월엔 <나에게 주는 위로>라는 주제로 규방 다례 전통 떡 차 체험이 있고요. 10월엔 <내 삶에 색을 입히다>로 나만의 뜨개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체험과 전시가 함께 하는 문화 회복 시간을 가져보세요. 매회 체험은 1, 2회차 선착순으로 각 10명씩 모집하지만, 전시와 공연은 사전 신청 없이 자유롭게 참여 가능하답니다.

인천 서구 주민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어요. 망설이지 말고 신청하셔서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 가져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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