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 마을리포터
9월인데도 한여름의 열기가 가득한 주말 오후에 가깝고도 먼 나라의 이웃들이 모였습니다.
<다문화 한문화 맛자랑 멋자랑>이라는 이름의 마을공동체 행사입니다, 행사를 직접 준비한 <두드림> 마을공동체는 2024년 인천 서구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으로 “똑똑, 두드림!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정다운 마을 주민공동체”라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공동체는 인천에서도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검단 원도심 전역을 대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다문화 주민들과 함께 공예 활동, 환경정화 활동, 지역축제 및 주민자치회 총회 참여, 다문화 음식 소개 및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가정이 지역과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이들이 모인 곳은 서구 청년센터입니다.
인천 서구 청년센터, <서구 1939>는 만 19세부터 만 39세 청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센터에 방문해 무료로 멤버십에 가입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구에 이렇게 좋은 공간이 있다니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이곳에는 공유 주방도 있는데요, 정수기와 제빙기 그리고 커피 머신이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청년이라면 올 때마다 항상 애용하겠죠? 청년센터에서는 커피도 무료!
공유 주방에서는 간단한 조리도 가능하답니다. 물론 복잡한 조리과정이 필요하다면 개인 도구 지참은 필수!
공동체 활동을 하다 보면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회의 공간을 대여해야 할 때 비용이 부담되거나 장소를 찾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청년센터를 이용하면 회의뿐만 아니라 공부, 독서, 전시, 휴식, 공용 주방 이용, 프로그램 참여까지 모두 가능하다고 하네요.
물론 주 이용대상자는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청년이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고 하니 꼭 한 번 방문해 보세요.
오후 1시부터 전체 대관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중국, 일본, 베트남, 한국까지 다양한 문화를 가진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맛자랑, 멋자랑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전통 음식과 전통 의상을 입은 분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무더위가 무색하게 정성껏 입고 온 옷맵시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전통 문양과 화려한 장신구로 이국적인 분위기도 더해졌고요.
특히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직접 음식을 만드셨다는 얘기를 들으니 정성껏 마련된 한 상이 더 푸짐하게 느껴졌습니다.
“<한문화>는 하나의 문화라는 뜻도 있지만 모두를 포함하는 커다란 문화라는 뜻도 있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게 한문화에요. 서로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표님의 말처럼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아우르는 큰 문화가 되겠지요. 우리가 자주 쓰는 ‘다문화’라는 말보다 모두를 담을 수 있는 ‘한문화’라는 말을 새로 배웠습니다.
전통 복식과 전통 음식 나눔이 있는 시간~ 아이들도 함께하는 시간이어서 왁자지껄 정말 잔치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9월은 한국 전통 명절인 추석이 있는 달로 명절 기분까지 낼 수 있었습니다. 정성껏 만든 음식을 나누고 친구, 이웃과 덕담을 나누는 시간, 미리 본 추석 분위기가 물씬 났습니다.
여기서 각 나라의 전통 음식을 살펴볼까요?
일본에서 오신 분이 만든 ‘치쿠젠니’는 일본식 대표 집밥이랍니다. 원래는 새해를 기념해서 만드는 ‘오세치’요리인데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함께 나눠먹고 싶어서 만드셨다네요. 닭고기와 각종 뿌리채소를 사용한 조림 요리로 재료마다 의미가 있었습니다. 우엉, 연근, 당근, 토란 등 몸에도 좋은 재료로 가정의 평안과 다복을 기원한다고 하네요. 직접 먹어보니 세상에 이런 맛이~ 간이 세지 않아서 뭉근한 재료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데 제 입엔 최고의 요리였습니다.
러시아에서는 ‘피로시키’라는 음식을 준비해 주셨는데요, 역시 러시아의 대표적인 전통 가정 요리입니다.
아침에 직접 만들어 화려한 러시아 전통의상을 입고 서빙까지 해주셔서 더 감동이었습니다.
이것은 구운 빵 안에 채소나 생선, 고기 등의 음식을 채워 넣은 요리로 러시아식 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대륙의 기질을 닮아서일까요? 통 크게 200개나 손수 만들어 오셔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에서도 익숙한 ‘짜조’와 쌀국수를 준비해 주셨어요. 짜조는 식으면 맛이 덜하다고 에어프라이어기까지 준비하는 섬세함을 보여주셨습니다. 베트남의 간편 분식 중 하나인 짜조는 길쭉한 모양으로 돼지고기, 새우, 버섯, 당근 등을 섞어 얇게 말아 튀겨서 만든답니다. 바삭하게 한 입 베어 물면 여러 가지 속 재료가 느껴져서 만두튀김의 느낌이 났습니다. 그리고 인기 절정의 쌀국수~ 뜨끈한 국물은 아니지만 소스에 적셔서 야채와 함게 먹을 수 있게 준비해 주셨는데 제일 먼저 바닥을 보인 인기 절정의 메뉴였습니다.
중국은 ‘쇼좌빙‘ 이라는 중국식 브리또를 소개해 주셨는데요 얇은 도우를 만들고 그 위에 소시지, 야채, 계란 등을 넣어 만든 전병입니다. 함께 준비해 주신 녹두죽은 차갑게 먹어도 별미였습니다. 세팅할 때 작은 오성기까지 준비하고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젤리까지 준비한 세심함이 돋보였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오신 분들은 전통 볶음밥인 ‘팔로브’와 당근채 절임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고기와 밥을 볶아 만든 볶음밥과 향신료로 살짝 절인 당근채 절임은 샐러드 느낌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복식에 빛나는 미모까지~ 행사장에서 단연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국 음식은 추석 즈음으로 송편을 대신한 모시떡과 꿀떡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고운 당의까지 챙겨 입고 진행한 <두드림> 공동체 이현주 대표님은 더운 날씨에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행사에 여념이 없으셨습니다. 한국 음식인 떡도 빠르게 완판!
세계 각국의 맛있는 음식과 함께한 이 행사는 준비한 여러분들의 정성이 더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결혼 후 한국에 와서 살고 있는 중국인 친구가 있는데요, 처음엔 친구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과 저의 어설픈 중국어 대화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같이 보낸 시간의 무게만큼 편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날도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일상의 대화도 나눌 수 있었는데 자국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특히 한국인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게도 엄마 나라의 문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다른 나라에서 온 엄마를 부정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함께 가질 수 있도록 말이죠. 이날도 아이 손을 잡고 온 엄마들은 이런 뿌듯함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무더위에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전통의상을 챙겨서 입은 분들이 더 아름다워 보인 건 아마 이런 이유였을 거예요. 한국에 살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 온 분들이 스스럼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아이들도 웃으면서 함께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공동체 활동을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모두가 하나 되어 웃으며 활동할 수 있는 우리 마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인천에 살고 있는 한문화 가족분들, 진심을 다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