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희 | 마을리포터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남편과 더위를 식힐 겸 이른 저녁 식사 후 인천대공원을 찾았다. 그동안 못 보던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2024년 어르신 궁도교실. 7월 24일~11월 6일. 16차시로 1시간씩 매주 수요일 11시~12시까지 인천대공원 內 국궁장(활터) 남수정에서 강습한다는 내용이다.
신청 후 7월 24일 첫 수업을 기다리면서 ‘대한궁도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가입도 하고 그때 국궁신문이 있다는 것도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국궁은 나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운동이다.
국궁은 우리나라의 전통무예이며 호국 무예이다. 우리나라 활의 역사는 그동안 고구려 벽화 무용총에 기원을 두고 있었으나, 최근 발견된 울진 반구대 암각화로 선사시대까지 확장됨이 밝혀졌다. 또한‘활쏘기’는 2020년 7월 30일 국가 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되었다. 국궁에 쓰이는 도구로는 각궁(角弓)이라는 활과 죽시(竹矢)라는 화살이 있다. 각궁과 죽시는 초보자들이 다루기에 매우 까다롭고 어려우므로 보급형인 개량궁과 개량시의 개발로 현대인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국궁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국궁은 145m의 정규거리에 있는 과녁을 맞히는 스포츠로 정확성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정신수양과 전신운동에 으뜸인 스포츠이며, 무엇보다 예의를 가장 중요시하는 스포츠로써 우리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어느덧 국궁 수업의 첫 시간이 다가왔고, 딱딱하게 생각했던 활쏘기 사범님은 의외로 여자분이셨다. 황인자 사범님은 올해로 활에 입문한 지 15년 차로 공인 2단, 궁도지도자, 궁도심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여궁사이다. 7월 24일을 시작으로 16차시까지 수업하면 11월 초순이 된다. 날씨도 선선해지고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금방 지나가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8월 14일 기준 4차시까지 수업받았고, 1시간이라는 수업이 짧게 느껴질 만큼 바른 자세와 호흡법을 배우며 팔, 코어, 손, 가슴, 어깨 근육을 발달시켜 전체적인 상체와 하체의 근력이 향상된 기분이다. 그야말로 전신운동인 셈이다.
활쏘기의 기본예절은 궁도구계훈에서 비롯된다.
[궁도구계훈(弓道九戒訓)]
인애덕행(仁愛德行) 사랑과 덕행으로 본을 보인다
성실겸손(成實謙遜) 겸손하고 성실하게 행한다.
자중절조(自重節操) 행실을 신중히 하고 절조를 굳게 지킨다.
예의엄수(禮儀嚴守) 예의범절을 엄격히 지킨다.
염직과감(廉直果敢) 청렴 겸직하고 용감하게 행한다.
습사무언(習射無言) 활을 쏠 때는 침묵을 지킨다.
정심정기(正心正己) 몸과 마음을 항상 바르게 한다.
불원승자(不怨勝子)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아니한다.
막만타궁(莫彎他弓) 남의 활을 당기지 아니한다
집궁제원칙은 활쏘기의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다.
[집궁제원칙(執弓諸原則)]
선찰지형(先察地形) 먼저 주변의 지형을 살펴 관찰한다.
후관풍세(後觀風勢) 다음으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살핀다.
비정비팔(非丁非八) 발의 자세는 丁자도 八자도 아닌 상태로 선다.
흉허복실(胸虛服實) 가슴을 비우고 복부에 힘을 준다.
전추태산(前推泰山) 줌 손은 태산을 밀 듯 앞으로 민다.
후악호미(後握虎尾) 깍지 손은 호랑이 꼬리를 잡아 당기듯 당긴다.
발이부중(發而不中) 쏘아서 맞지 않으면
반구저기(反求諸己) 자신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다시 살핀다.
국궁은 항상 올바른 마음과 자세와 균형을 요구하므로 척추를 곧게 하고 가슴을 튼튼히 하며 언제나 옳고 바른 자세를 갖는 태도나 습관을 기른다. 또한, 긴장과 이완의 반복운동이므로 피의 순환을 촉진하고 그것이 내장(內臟)의 여러 기관을 발달시킨다. 특히 활을 만작(滿作)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단전호흡(丹田呼吸)이 이루어져 호흡 기능 발달 및 위장병 치료에 아주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국궁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아주 좋은 운동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활터가 산속에 있으므로 맑은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활을 쏘게 되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392개의 활터가 있고, 인천에는 11개의 활터가 있다. 전국 광역시 중 인천광역시가 가장 많은 활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남수정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활터 중의 활터로 인천대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어 풍광이 수려하기도 하지만 전국에서도 명궁(名弓)이 가장 많기로 유명하다.
최근 마을에서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스포츠 댄스, 건강밥상, 요가 등 현대적인 활동들이 주를 이루지만, 국궁과 같은 우리나라에 전통적 스포츠도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물론 마을에서는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마을 사람들과 관심을 가진다면 인천에 있는 활터를 함께 찾아가고 국궁을 배우며 마을 안에서 그 외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시의 공해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놓쳤던 추억의 공간, 문화의 공간으로 궁터는 나를 힐링해 주었다. 삶의 에너지도 받고 있기에 추천해 주고 싶은 명소이다. 내 몸이 건강해야 생각도 마음도 건강할 수 있다. 거주하고 있는 가까운 궁터에 문의하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인천시 내 활터 정보
강화정(강화군 강화읍 해안북로 115.032-934-9071)
구월정(남동구 남동대로 533.032-469-0188)
남수정(남동구 무네미로 238 인천대공원 內 032-465-2644)
남호정(남동구 비류대로762번길 172.032-446-6164)
무덕정(미추홀구 수봉로95번길 32 수봉공원 內. 032-875-3921)
서무정(서구 서곳로 468-19.032-561-0382)
승기정(연수구 능허대로 484.032-814-5379)
연무정(계양구 계산로22번길 24 계산 고양골체육관 내. 032-543-2630)
연수정(연수구 청능대로 205 연수체육공원 內. 032-818-5644),
청룡정(계양구 다남로165번길 71.032-513-1411),
현무정(서구 검단로487번길 59.032-563-5443)